1 에드워드 호퍼 작품 이해하기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로 서울시립미술관이 북적이고 있다. 예약을 하고 대기를 하며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고 그의 전시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왜 에드워드 호퍼가 인기일까? 전시를 가기 전, 전시를 다녀온 후, 주변인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납득할만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 그토록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 만큼 그의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강렬할까? 대체 그의 작품이 그토록 유명해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지독하게 메마르고, 냉랭하다. 가뭄에 시름하는 건조한 봄과 같다. 수많은 이들이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화사함 때문일 것이다. 긴긴 겨울 추위에 바랜 무채색이 가고 꽃이 수놓은 알록달록한 빛깔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렇지만 그 화사함 뒤엔 봄날의 메마름이 숨어있다. 산불이나 화마가 뒤덮는 것처럼 봄은 때론 스스로 만든 그 화사함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봄은 꽤나 냉랭하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일면 화사하고, 언뜻 밝게만 보인다. 밝은 분위기의 사람과 건물 또는 실내가 있는 반면엔, 무미건조한 도시의 뒷면과 사람들의 이면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사람들이 있고 조명이 있고 햇살이 비추고 그늘이 없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표정이 없고 눈빛은 어딘가 모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눈빛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곳을 쳐다보며 각자의 일을 하거나 각자의 감상에 빠져 있다.
함께 있어도 그들은 혼자이다. 그림 속 인물들은 대개 고립되어 있거나 딴청을 부린다. 조명이 아주 강하고 밝게 처리했지만 배경은 늦은 밤이거나 새벽녘이고, 아주 환한 낮이지만 사람들은 홀로 있거나 등을 지고 앉아있다. 더욱이 여러 개의 또는 아주 커다란 창(창문)이 있지만 그것은 누군가를 향하여 열어놓은 것이 아니라, 비록 투명하게 안이 보이나 철저하게 닫혀있다. 모두가 도시의 거리 저쪽으로 숨어있는 듯하다.
에드워드 호퍼 전시를 영상으로
그렇게 작가는 그들을 지켜본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훗날 영화에서 자주 활용되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의 그림은 관음증 속에 숨은 공포를 드러내기에 적합하다. 어둡고, 무섭고, 두렵고, 삭막한 분위기와 그 속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공포영화에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그림의 배경은 도시이다.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집에 있으나 평온하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함과 긴장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구성을 보면 좌우를 가로지르는 수평선이거나 위아래를 꿰뚫는 직선이다. 도시의 많은 건물들이 그런 구조이기도 한데, 이러한 구도는 극도의 단절감을 더욱 강화시킨다. 한편으로, 나무도 있고 식물도 있는데, 생명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그저 인테리어 소품 정도에 불과한 느낌이다. 이는 도시의 건물들과 어우러져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에드워드 호퍼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다 보면, ‘빛과 어둠의 마술사’라 불렀던 렘브란트가 떠오른다. 호퍼의 그림은 렘브란트의 ‘밝음 버전’으로 볼 수 있다. 렘브란트가 어둠 속에서 강렬한 조명으로 특정인을 하이라이트로 비추듯 에드워드 호퍼 역시 대상을 하이라이트 처리하고 있다. 다만 렘브란트보다 더 많은 빛을 사용하여 그림 전체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다. 렘브란트에 빗대 본다면 ‘빛과 밝음의 흑dark마술사’랄까.
영화의 소재와 구도로 활용되었던 에드워드 호퍼 작품

2 전시에 대한 짧은 평
한국 최초의 에드워드 호퍼 개인전이라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대작들은 소수다. 초기의 스케치나 작품들이 주를 이루거나 중기의 에칭, 그리고 포스터들이 주를 이루는 전시이다.
아마도 현대 화가들이 그렇듯 소장처가 여러 곳이다 보면, 한데 모으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인 소유라면 더더욱 그렇다. 누가 사서 어디에 걸려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스케치들과 에칭들을 통해 에드워드 호퍼가 무엇을 추구했는지, 그림의 스타일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이 그림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에 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이상, 짧은 평이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작 40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