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내가 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던 이야기이자, 내가 철학을 통해 나를 찾고 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나의 삶과 나의 철학적 생각이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자신과 자기의 삶을 찾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추후 서양철학과 엮어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리며.)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내가 이루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일이다. 세상에 태어나 철 들고 보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궁금할 수밖에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의문도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엔 삶의 목표와 삶을 이루는 조건들, 나의 욕망과 의지, 도덕과 가치, 정신적 안정과 물질적 풍요, 인간 관계 등 수많은 고려들이 포함되어 있다. 복잡하지만 필요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또한 삶의 가치와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엇을 할지에 관한 물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직업을 가지며, 어떠한 자세로, 어떻게 실천할지를 묻는 일이다. 내 삶의 가치관을 실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조건들을 고려하거나 현실을 바꿔나가야 하는 어려움과 부딪히기 마련이다. 철저히 현실에 발을 딛고 서서 하는 질문이다.
또한 이 질문은 반성의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를 묻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를 묻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살던대로 살아가고 하던대로 해나간다. 물론 노력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삶의 장벽이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그것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살던대로 살아가고 하던대로 해나갈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 질문은 일종의 나에 대한 독려이기도 하다.
이 질문은 사소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자아정체성 및 인생의 방향성이라는 좀 더 중요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개인과 관련되어 있을 때는 ‘내’가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의도이고, 사회와 관련되어 있을 때는 ‘사회’ 속에서 어떤 인간으로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의도이다. 그런 생각의 과정 속에서 한 인간이 평생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는 가치관 또는 세계관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한편,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는 다르게 ‘어떻게 이룰 것인가?’와 관련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가치관 또는 인생관을 어떻게 실현해 갈 것인가에 관한 방법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난 이렇게 살고 싶어, 하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래,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건데? 하고 묻는 맥락이라 볼 수 있다. 그저 골방에 처박혀서 생각만 하다 죽는 것이 아니라 이제 무언가를 하고, 해내자며 스스로 다그치는 질문이기도 하다. 햄릿의 결단처럼 말이다.
살다보면 내가 지금까지 대체 누굴 위해 살아왔던 거지? 아니면 내가 여태까지 대체 무얼 위해 살아왔던 거지? 따위와 같은 질문들과 마주할 때가 있다. 누굴 위해? 무얼 위해? ‘나’도 모르는데 이를 누가 알까.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살아왔고, ‘자기’도 모르게 살아왔으니 ‘자기’ 스스로 결단을 내린 적도, 그런 결단을 내릴 만큼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 적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 순간 앞에 섰을 때 인간은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고 그 낯섬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할지는 ‘자기 결단’에 달려 있으므로 곧 자기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결단이란 대개 중대한 문제에 대한 망설임 없는 결정을 의미한다. 살면서 정말 이것만은 하고, 해내겠다는 다짐이다. 먹고 사는 문제(배는 채워야 하고) 아니면 죽고 못 사는 문제(사랑도 하고 싶고) 아니면 아파 죽는 문제(아프면 나만 손해니)를 제외하면, 인생에서 자기 결단을 내릴 만큼 대단한 일들과 마주한 적이 별로 없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실존’이란 ‘그저 던져준 먹이를 먹는 가축이 아니라, 며칠을 굶더라도 자기의 먹이를 찾아다니는 야생이자, 그저 사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로서 기능하고 활동하는 상태’이다. 비록 세상이, 그리고 비록 사회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 생각하고 ‘내’ 스스로 행동하며 ‘내’ 스스로 애써보고 ‘내’ 스스로 수용하며 ‘내’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일, 그리고 그것을 ‘나’도 하겠다고 ‘나’ 스스로 다짐하는 일, 그것이 실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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