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스스로 부여하는 삶의 의미

의미는 삶에게 주는 양식

인간에게 있어 ‘의미’란 ‘음식’과 같다. 영양분을 섭취하여 삶의 에너지를 얻는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여 삶의 동기와 살아갈 이유를 얻기 때문이다. 요가나 명상, 나아가 단식을 하면서까지 자기의 의미를 탐색하는 것을 보면 의미를 찾는 행위가 인간에게 얼마나 본질적인 요소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구나 더 좋은 삶을, 보람된 삶을 살아가고 싶기에 삶의 의미를 묻는다. 태어난 것은 내 선택이 아니고,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태어났기에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있어 몇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나는 삶의 의미를 묻지 않은 채 하루 하루 즐겁게 살아가며 세간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삶의 의미를 계속 추구해 나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 -자신이 선택할 수 없어 받아들여야 하는 환경 또는 여태 살아오던 삶의 방식- 을 유지하며 좀 더 의미있는 또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삶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아니면 이거 반, 저거 반 하며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

또 다른 선택도 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자살이다. 자살은 대개 극단적인 선택으로 여겨지거나 의지 박약의 선택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존엄사와 같이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 없음에 관한 하나의 선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건 감동을 자아내는 장면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겐 그저 연명에 불과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자살도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다. 물론 자살을 긍정하거나 옹호하자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이 질문과 더불어 이런 질문 자체가 또는 인간이란 존재가 과연 의미가 있는지 물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물음을 물을 만큼 인간이 우주에서 가치있는 존재일까? 만일 그럴 만한 존재가 아니라면? 인간의 삶이 정말 무의미한 것이라면 의미를 찾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대체 이런 생각들이 다 무어란 말인가! 그렇지만 인간의 삶이 무의미하다면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삶이 무의미하다니! 내가 무의미한 인간이라니!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미가 없다면? 의미를 만들지 뭐!

그래서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다. 바로 스스로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삶의 의미가 없고, 의미를 찾을 수도 없을 때,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방법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자기의 존재에 대해, 자기의 감정에 대해, 자기의 행동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의미를 찾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거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삶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의미를 부여할 때의 그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에 몇 가지 조건은 필요하다. 함부로 생명을 해치지 않을 것, 누군가의 삶을 도와주진 못할 망정 방해는 되지 말 것, 살아있는 것이 의미가 없을지라도 살고자 하는 것들의 의지를 꺾진 않을 것, 이런 걸 따져묻는다고 한심해 하는 사람들을 한심해하지 말 것, 그리고 견디기 힘들더라도 타인의 삶을 존중해 줄 것, 등등. 이것만 지킨다면 최소한 그 의미가 범죄를 만들어내진 않을 것이기에. 그렇게 내 삶의 의미를 찾아가 보자.

인생에 의미가 꼭 있어야 사는 것도 아니고, 의미가 없다 해도 무의미한 인생은 아니다. 철학적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철학적 생각을 한다 해서 삶을 더 잘 사는 것은 아니고, 철학적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철학적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더 철학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난 다만 내 삶의 이야기를 하고, 내 삶에서 중요했던 철학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뿐이다. 철학을 유용함으로 따질 순 없지만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그리고 그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생각의 힘’이라고.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내렸던 결론 하나는 ‘사는 것 자체로’, ‘존재하는 것 자체로’,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없고,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수도 있다. 또한 인생은 자기 뜻대로만 살아갈 수 없고,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들도 평등하지 않다. 그래서 고통이 시작되고, 그래서 의미를 찾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산다는 이유로, 존재한다는 이유로, 그 이유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철학은 지나치게 이상적 결론으로 향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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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가 없고, 의미를 찾을 수도 없을 때,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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