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를 휘감은 그 무엇

내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아

어릴 때부터 나에겐 나를 휘감는 듯한 일종의 공허함이 존재했다. 마치 어떤 행성의 위성처럼 띠를 두른 듯 내 몸을 자전하는 그 정체 모를 무엇. 그 알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또는 그것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때론 그것과의 결별을 위해, 나는 끝없이 그에 대해 사색하고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늘 그랬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길 없는 내가 나에 대해 느끼는 낯설음, 그리고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하는 나, 그 메울 수 없는 간극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건, 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그것이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해주는 ‘그 어떤 것’이었기도 했지만, 그래서 가끔은 ‘나를 내세우는’ 하나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이런 나의 특성을 그 어떤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함은 나에겐 하나의 벽처럼 작용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데 있어서도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날 이해하지 못해’라는 나의 ‘믿음’은 내가 강하게 믿을수록 더 크게 자라나 있었다. 뛰어넘을 수 없는 그 벽은 나 스스로 만든 것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면 이것은 사라지지 않을 그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일종의 직감. 나란 인간이 갖는 특성에 대한 인지, 그리고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수용이기도 했다. 나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이해는 나 스스로 ‘나’를 받아들이는 데에서 깊어졌다. ‘아 난 이런 사람이었구나!’와 같은.

나 자신을 인정하며

이제 난, 그 몸부림에서 벗어나려 애쓰지 않고자 한다. 그렇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대신 내 몸을 둘러싼 뻥 뚫린 그 빈 공간을 인정하고 그것에 일종의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한다. 마치 행성이 자신의 띠가 왜 있는지를 묻다가, ‘아 원래 그렇구나’ 하며 자연스럽게 여기는 그런 느낌이랄까.

난 이 공허와 함께 존재하려 한다. 그것이 곧 ‘나’이므로.

당신도 당신이 가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과 화해하고 조우하길 바라며.

바람 형상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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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휘감은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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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나에겐 나를 휘감는 듯한 일종의 공허함이 존재했다. 난 이 공허와 함께 존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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